지난 2000년 우연히 '땜빵'으로 저주파 치료기의 비포 모델을 한 게 계기였다. 원래 모델이었던 시누이의 친구가 출연하기로 했던 프로그램에 사정이 생겨 못나가게 되자 표씨가 대타로 출연하게 됐다. 방송사 구경도 하고 재미도 있겠다 싶어 덜컥 출연했던 것. 아이를 출산하고 갑자기 몸이 불어난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살려 팔뚝살이며 허벅지며 뱃살이며 덜덜 떨리는 모양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을 뿐인데 제품이 대박이었다.
변비에 좋다는 다시마 제품 방송 때에는 우아한 애프터 모델 옆에서 변기에 앉아 불안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순발력을 보였다.
1m60 조금 넘는 키에 84kg 안팎의 표씨와 6년째 호흡을 맞춰온 김상범씨(39)도 1m70, 100kg에 육박한 체형은 일반 모델 조건으로는 부적격이지만, 오히려 다이어트기구나 뱃살 보정 관련 기구 등에서는 최적이다.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표-김씨처럼 평범한 외모와 체형의 일반인 혹은 오히려 불리한 신체조건을 가진 모델들이 잘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에 따르면 자사의 아르바이트 구인공고를 분석한 결과 2005년 상반기에 121건이었던 피팅모델 모집공고는 올 상반기 324건으로 약 3배 가량 늘었다. 특히 의류 및 선글라스 등을 착용하는 피팅모델과 브라운관에서 직접 제품을 사용하는 시연모델이 인기만점이다.
온라인 쇼핑몰 피팅모델은 보통 한번에 4~5시간 정도 사진 촬영을 하며 시급은 약 1만5000원 선. TV홈쇼핑 모델료는 먹을거리 모델료는 회당 6만~7만원, 이-미용 모델은 8만~9만원선, 패션모델은 10만~11만원선이다.
피팅모델은 제품의 타깃층과 얼마나 근접한 체형을 갖추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20대 숙녀복은 평균 55사이즈의 20대 여성을, 마담 브랜드 여성복에서는 66∼77사이즈의 중년여성을 주로 찾는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체형을 갖춘 일반인 모델을 쓰면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상품에 따라 모델을 선정하는 기준도 이색적이다. 홈쇼핑 모델 채용 업체에서는 기능성 주름제거 화장품 모델로 얼굴에 주름이 선명한 주부 모델을, 피지제거기구의 모델로 코에 피지가 많은 20대 남성을 모집하고 있다.
이외도 발모제 모델로는 대머리 아저씨를, 제모제는 털복숭이 청년을 모델로 기용한다. 김치나 젓갈류의 시연 모델은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 이화순 기자 may@>